<편집자 註> ‘강한 시민사회’의 풀뿌리는 비영리 시민단체다. 그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흘리는 땀과 정열 뒤에는 수천 수만 개의 시민단체들이 있다. 그들의 희생은 건강한 사회와 높은 삶의 질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NGO저널은 창간 기획으로 대한민국 사회를 움직이는 시민사회단체를 조명하고,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가는 NGO들이 어떻게 희망을 준비하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시리즈로 심층 연재한다. 
 

“튀르키예의 한 남성이 보험금을 노리고 만삭의 아내를 계곡 절벽에서 밀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생후 2개월 된 자기 아들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충북의 30대 A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이 같은 종류의 범죄사건에 종종 따라붙는 게 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는 사연이다. 작년 조현병 혐오 조장 논란 중심에 섰던 영화 ‘F20’은 정신질환을 악용하는 이들이 쌓아 올린 이미지를 상업적 미디어가 주로 어떻게 소비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꼽을만 하다.

‘조커(2019)’ 아니면 ‘뷰티풀 마인드(2002)’. 정신질환에 대해 무지한 이 양극단의 이미지는 올바른 이해를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치료가 필요한 환자와 위로와 도움이 절실한 가족들을 세상과 더 멀리 떨어뜨려 놓는 결과를 낳는다.

권오용 변호사가 한국정신장애연대(카미)를 창립한 배경에도 이 같은 인식이 깃들어 있는 듯 보였다. 검사로 한창 잘 나가던 시기, 스트레스와 과로에 시달리다 갑자기 찾아온 우울증은 그를 절벽 끝 심연으로 밀어 넣었다. 결국 검사직을 그만둔 그는 1995년 변호사 개업에 나섰지만,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출근해서 하는 일이라곤 방문을 걸어 잠그고 어둠 속에 오도카니 앉아 있는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고통 속 기나긴 싸움 끝에 회복한 권 변호사는 그때부터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겪으며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 시선을 돌렸다.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사회사업대학 사회복지학 석사학위(MSW)를 취득하고 인천광역시 정신건강 심판위원으로 일하면서 정신과 입원환자들의 장기입원 문제점을 알게 되면서 개선을 위해 노력하던 중 정신과 환자들과 심리사회장애인 인권옹호를 위한 목적으로 2010년 5월 비영리단체 카미(KAMI-Korean Alliance on Mobilizing Inclusion)를 창립했다.

권 변호사는 “창립 당시는 사회복지학 교수, 간호학 교수, 정신의학 교수, 정신건강전문사회복지사, 전문간호사, 인권옹호활동가, 정신재활시설장, 정신건강 진료받는 당사자와 가족회원 등 다양한 구성원들의 연대로 시작하였다가 2012년도 인천 세계장애대회를 계기로 심리사회장애인 당사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게 되어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와 카미웍스,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관련 토론회, 심포지엄 등을 공동개최하면서 장애인단체, 인권단체로 성격이 변했다”고 소개했다.

한국정신장애연대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으로 지역사회에서 소외돼 있는 정신병 환자와 장애인, 그 가족의 회복을 돕고 삶을 개선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이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정신장애인·환자 당사자와 가족, 친구, 전문가와 인권활동가, 일반 시민이 연대해 조직한 단체로서 카미는 미국의 NAMI(미국의 정신장애인 환자와 가족의 모임)를 본받아 교육·훈련, 인권옹호, 지원, 연구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신장애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해소하고 정신장애인·환자와 가족의 삶의 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지난 해 9월 15일 열린 정신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한 권오용 사무총장의 모습/사진출처=한국정신장애연대 홈페이지
지난 해 9월 15일 열린 정신장애인 인권증진을 위한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한 권오용 사무총장의 모습/사진출처=한국정신장애연대 홈페이지

 

지난해 10월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 주최로 열린 '근거중심 정책개발을 위한 정신질환자 의료이용 실태 심포지엄'에 따르면, 정신질환으로 의료서비스를 이용한 환자가 지난 10년 사이 105만 명 가량 늘어났다.

보건복지부 <정신질환 실태조사(2016)>에 따르면 정신질환 평생유병률은 25.4%로 성인 4명 중 1명이 평생에 한 번 이상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은 지속적인 치료를 통해 일상 생활 유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신질환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확한 지식이 낳은 오해와 편견은 여전히 환자와 가족들을 절망에 빠트리고 있다.

권오용 변호사(카미 사무총장)은 보람된 순간을 묻는 질문에 ▲ 2013년도 OECD를 대표한 정신건강정책 연구팀들에게 자문하고 카미 당시 대학로 사무실로 초청하여 만찬을 나눈 일 ▲ 2014년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 카미 리포트가 위원장에 의해 언급되며 보고된 사례를 통하여 대한민국의 정신병원 입퇴원 문제의 인권상황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보고되고 대한민국에 대한 개선권고가 나온 것 ▲ 2016년 4월 14일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 제도를 정한 정신보건법 제24조에 대한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의 공개변론에 참석하여 4시간 변론하고 9월 30일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일 ▲ 심리사회 장애인 당사자들을 비롯한 카미 활동가들과 캠프에서 밤을 지세우며 대화한 일 ▲ 정신병원 강제입원 피해자들의 소송을 도우면서 장기간 이분들의 상처와 고통에 대하여 위로하면서 변호하고 있는 일 등을 꼽았다.

한국정신장애연대 카미는 현재 국제 심리사회장애인들의 연대활동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시아 심리사회장애인 당사자들의 네트워크를 형성, 주도할 계획과 함께 심리사회장애인 당사자들의 취업과 소득 문제 등 생활문제에 대한 정책과 법제도 마련을 위해서도 노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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