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註> 리걸마인드는 국가와 사회 공동체의 핵심 운영 원리인 법치의 중요성과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사회상을 읽어낼 수 있는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장달영 변호사의 전문 칼럼입니다. 공공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민사회에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며 해법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법대로 해' 만능주의 아닌 '법의 정신' 기본으로 돌아가는 '리걸마인드'를 꿈꿉니다. 

 

               장달영 변호사
               장달영 변호사

총선 서울 선거구 강북구을 더불어민주당 후보 공천을 받았던 조수진 변호사가 후보등록 마지막 날인 지난 22일 새벽에 사퇴를 밝혔다. 과거 수임한 성범죄 형사 사건에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는 내용으로 성범죄 가해자인 피고인을 변호했다는 논란이 확산되자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한 것이다.

조 변호사는 변호사로서 언제나 의뢰인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국회의원이 되면 똑같은 자세로 오로지 강북구 주민과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려고 했다면서도 “국민들께서 바라는 눈높이와는 달랐던 것 같다”고 했다.

2018년 미투(#MeToo) 운동이 사회적으로 확산되던 시대적 상황에서 법원은 성폭력 관련 사건을 심리함에 있어 가급적 피해자가 처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고 피해자의 2차 피해 가능성에 유념하여야 한다는 이른바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하였다. 성범죄 사건 관련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일으키는 언행을 경계하는 사회적 윤리가 세워졌다고 봐야 한다.

조수진 변호사를 둘러싼 논란은 그러한 사회적 윤리와 변호사의 직업윤리의 관계를 돌아보게 만든 사건이다. 변호사법은 변호사 사명으로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규정하고, 그 사명에 따라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변호사윤리장전은 직업윤리로서 여러 의무를 담고 있는데, 직무를 행함에 있어서 진실을 왜곡하거나 허위진술을 하지 아니한다, 위증을 교사하거나 허위의 증거를 제출하게 하거나 이러한 의심을 받을 행위를 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변호사는 상대방을 비방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재판절차에서의 진실의무와 관련해서는 변호사는 재판절차에서 의도적으로 허위 사실에 관한 주장을 하거나 허위증거를 제출하지 아니한다, 증인에게 허위의 진술을 교사하거나 유도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 사건의 피고인 변호 활동과 관련해서는 허위 사실을 주장 또는 그를 교사하거나 허위 증거를 제출하지 아니한 이상 피고인을 위한 변호 활동을 함부로 제한할 수는 없다. 헌법이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취지를 고려하면 변호사의 피고인 변호 활동 최대한 보장은 헌법적 원칙이라고도 볼 수 있다.

따라서 성범죄 사건의 가해자로 의심받는 사람 또는 형사 기소된 사람을 변호하는 것 자체는 변호사의 직업윤리에 저촉된다고 볼 수 없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금지 사회 윤리에도 전혀 위배되지 않는다. 조 변호사에 대해서 문제를 제기하는 측에서도 이점에서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성범죄 피고인을 변호하는데 있어 피고인이 증거가 명백함에도 혐의나 공소사실을 부인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은 경우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서 변호사는 경우에 따라서는 단순하게 혐의나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것에 더 나아가 그와 반대되는 사실 가능성을 제기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성범죄 2차 가해를 ‘성범죄의 발생 경위와 피해와 관련하여 피해자에게도 원인이 되는 사정이 있다거나 성범죄 피해를 상기시킴으로써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정신적 고통’으로 정의한다면 그와 같은 변호인의 피고인 변호 활동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여부가 논란이 될 것이다.

만약 2차 가해를 이유로 그러한 변호사의 피고인 변호 활동, 특히 법정에서의 변호 활동조차 무조건 부당하다고 보는 사회적 인식이 팽배한다면 성범죄 형사 사건에서 피고인에 대한 변호인 활동은 위축되고 그로 인하여 피고인의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는 제대로 보장받지 못할 위험성도 있다.

성범죄 피해자의 2차 가해를 막을 헌법적 근거는 피해자의 인격권이라고 볼 수 있는데, 성범죄 피고인에 대한 변호사 변호권 한계 문제는 피해자의 인격권과 피고인의 무죄추정을 받은 권리 및 변호인의 변호권의 충돌이라고도 볼 수 있다. 성범죄 사건 피의자나 피고인에 대한 변호사의 변호 활동을 단순히 국민정서법으로 볼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가치관에서 그 한계를 봐야 할 이유다. 그 한계에 대한 법적·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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