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행동, 대학병원 교수 집단사직 사태 등 6주째 사정이 악화되면서 응급·중증환자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전공의 집단행동, 대학병원 교수 집단사직 사태 등 6주째 사정이 악화되면서 응급·중증환자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의사협회가 “14만 의사 총파업”을 언급하는 등 의료계의 벼랑끝 대치가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시민사회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중증환자 시민연대는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고, 일반 시민·사회단체들은 의료계에 대해 10건이 넘는 형사고발 및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을 통해 범국민적 대응을 가속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갑자기 사라진 국민의 건강권에 대해 우려와 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거리로 나선 좋은공공병원만들기본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여연대 등 시민연대는 전국 규모의 집회를 이어가며 “시민들의 불편과 불안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잘못된 요구를 내건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시민들의 지지를 받기 어렵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시민연대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금의 의·정 대립이 의대 증원 찬반에만 초점을 맞춰 출구 없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이라며 “진정한 의료개혁에는 관심 없고 의료 수가만 올리면 해결된다는 식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태도도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민간 중심의 의료 공급 체계는 내버려두면서 시장 경쟁만 더 부추기고 의사 수만 늘리면 '필수의료', '지역의료 위기'가 해결되겠느냐”며 정부의 의료개혁 역시 비판했다. 

의료피해 최전선에 노출된 중증질환자 가족들도 연대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지난 27일 입장문을 내고 “중증, 희귀, 난치 질환자는 환자와 국민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고자 노력한다고 말하는 정부와 의료계를 믿고 이미 한 달간 기다려 왔다”며 “의대 교수들이 전국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진료 축소를 결정하면서 수술 대기와 입원 거부 사례가 극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집단사직에 나선 의대 교수들을 향해서는 "의사들의 입장을 이해해달라는 의견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번 아웃' 문제에 대해서도 안타깝지만, 생명이 걸린 입장에서 이해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의료계 달래기”에 나선 듯한 정부의 최근 입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40여 개 단체가 소속된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정부가 지난 27일 의료계에 보건의료 예산을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의사와 병원에 대한 명백한 특혜”라고 비판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성명을 통해 “정부 예산을 의사·병원 단체들과 논의한다는 발상이 놀랍다. 예산이 의사·병원에 유리하게 편성될 것”이라며 “의사와 병원은 `밥그릇`이 축날까 봐 의대 증원에 반대하고 있는데 의료 개혁을 하겠다면서 의사와 병원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모순된 행보”라고 비판했다. 

이어 운동본부는 “이들과 예산을 논의해 의견을 반영하면 그 예산이 의사·병원들에 유리하게 편성될 것은 뻔하다”며 “우리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 파업이 의대 증원 규모를 줄이는 대신 수가를 인상(의료비와 보험료 인상)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6주째 접어든 전공의 집단행동에다 대학병원 교수 집단사직 사태 등 사정이 악화되면서 2차병원의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고, 응급·중증환자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소속 환자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환자 불편·피해 사례 모니터링을 진행해 발표한 결과, 백혈병과 암 환자 등과 같은 31명의 환자가 진료 연기나 취소 등으로 실제 피해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 이송 지연 사례가 속출되면서 그로 인한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는 한 90대 여성이 심근경색으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응급진료를 거절당하고 50분 넘게 걸려 울산으로 이송된 탓에 골든타임을 놓쳐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앞서 경남에서도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선 이후로 119구급대가 수차례 환자 이송 지연을 겪은 적이 있었다. 정부가 운영 중인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신고 사례는 27일 현재 500건을 넘어섰다. 

 

 

저작권자 © NGO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