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봉균 NGO저널 편집장
박봉균 NGO저널 편집장

3년전 독일 시사주간지 디차이트는 녹색당을 커버스토리로 장식합니다. 소수당이 유력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것은 이례적이었습니다. 녹색당이 사상 처음으로 제3당에 진입하며, 당시 총선 돌풍의 핵이 된 게 그 배경입니다. 정치지형을 뒤엎은 이슈는 ‘기후위기’였습니다. 2035년까지 화석 연료사용을 퇴출하겠다는 강력한 공약을 앞세운 녹색당에 2030층이 표(14.8%)를 던졌습니다.변화를 원하는 세대의 선거였습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는 대한민국 시민사회도 ‘기후유권자’, ‘기후참정권’ 같은 낯설은 구호가 꿈틀대기 시작했습니다. 유권자로서 시민사회가 이미 정치권에 경고메시지를 날리고 있는 셈입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여야 후보들 인식의 변화가 선행돼야 표심을 자극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최근 청년 중심의 기후관련 시민단체들이 정치인과 기후토크 이벤트를 열어 호응을 끌어낸 것은 ‘기후 총선’의 상징적 장면입니다. 기후변화청년단체들이 국민의힘, 민주당, 녹색정의당 의원들과 대담을 나누고 기후위기 대응 비전과 솔루션을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청년들이 기후 문제 해결 방안을 정치권에 직접 요구하기 위해 열린 이번 대담은 미래세대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더욱 확대되고, 기후 문제가 보다 중요한 아젠다로 떠오르는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됩니다. 

여야 후보들도 이런 흐름을 의식하며 '기후변화' 의제에 올라타고 있습니다. 관련된 공약이 쏟아집니다. 시민사회는 기후 공약을 화두로 총선 의제를 선점하는 경쟁은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최근 시민단체 기후정치바람이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 나온 기후 위기 공약이 마음에 들면 정치적 견해가 다른 정당 후보에게 투표를 고려하겠다는 응답이 60%를 넘고 있습니다. 이같은 응답 영역은 젊은층과 중도층 유권자의 관심 분야기도 합니다. 그만큼 총선이후 공약의 정책 실현 가능성도 감시하는 층입니다.

기후변화를 총선 이슈로 부각시키는 여당은 기후대응기금 5조원 조성을 공약했고, 야당은 탈원전 대신 재생에너지 3배 확대를 들고 나왔습니다. 먼저 기후공약을 발표한 국민의힘은 기후대응기금 재원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교통·환경·에너지세 조정과 전력산업기반 기금·복권 기금 등에서 정부 출연 추가 재원을 마련한다는 복안입니다. 

이 기금은 온실가스 감축, 기후산업 육성, 기술개발 등에 중점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인데, 지역 기반 ‘기후테크 유니콘 기업’ 육성 의지를 피력했습니다. 지역 경제도 활성화를 통해 지방소멸도 차단하겠다는 정책이라 주목을 끕니다. 

무엇보다 수소 생태계를 구축해 수소경제 선도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은 미래세대에도 관심 주제입니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를 균형 있게 발전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석탄화력발전소 폐지 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도 제정해 충남·인천 등 화력발전소 지역을 세계 최대 청정수소 생산지로 전환한다는 공약을 앞세웠습니다.

민주당은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간판 정책이 ‘기후에너지부 신설’입니다.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미리 대비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탈원전이라는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를위해 총선을 앞둔 민주당은 ‘1호 영입 인재’로 기후·환경 전문가를 데려와 진영을 다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시민사회는 기후유권자의 위치를 강조하고, 여야는 대립보다는 현재의 기후 문제에 공통된 정치인식을 갖고 총선에 임하는 흐름입니다. 이 같은 흐름과 열망의 이유 중 하나는 확실합니다. 우리 눈앞에 엄청난 사회적·심리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후 재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금 닥칠 거라고 믿지는 않았습니다. 이제 불가능했던 기후 위기가 불가능하지 않은 현실이 됐다는 데 인식의 대전환이 이뤄진 셈입니다. 

올해는 전 세계 40개국, 20억명의 유권자가 우리의 총선 같은 전국 단위의 선거가 치러지는 전례없는 해입니다. 3년전 독일 총선처럼 이번 글로벌 이슈는 ‘기후위기’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들에서는 물론 미국과 캐나다에서도 주요 정당들은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표를 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총선 역시 올바른 해결책만 제시할 수 있다면 기후변화 문제는 시민사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최고의 의제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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