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註> 분당 칼부림 사건 등 최근 잇단 범죄사건은 우리 사회에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 및 관리보호에 깊은 고민을 안겨줬다. 2017년 5월 개정 시행 중인 정신건강복지법은 인권침해를 줄였지만 더욱 까다로워진 입원절차는 ‘제때 치료받을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숙제를 남겼다. 이유도 모른 채 감금돼 강제 약물 투여와 무자비한 폭력에 시달리는 영화 속 장면과 이유도 모른 채 흉기에 쓰러진 광장의 장면이 겹치는 시대. 국민 정신건강이 화두로 떠오른 현시점에서 NGO저널은 한국조현병회복협회와 공동기획으로 진정한 인권의 의미와 중증 정신질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되새기며 정신건강복지제도의 문제점과 대책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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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비례1번으로 국회에 입성, 관련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펼쳐왔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비례1번으로 국회에 입성, 관련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펼쳐왔다. 

 

- 우리나라 정신의료시스템 문제에 특히 관심을 갖고 활동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관련 단체들과 함께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를 주장하셨고요. 의원님이 생각하는 국가책임 강화란 무엇을 뜻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들려주십시오.

소아과 오픈런(※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줄어들면서 소아환자와 보호자가 병원 문을 열기 전부터 길게 대기하는 현상), 응급실 뺑뺑이 사망 사건 등 필수의료 붕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중증 정신질환에 대한 의료체계 역시 필수의료라고 볼 수 있는 한 분야이지요. 중증 정신질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 병원은 갈수록 줄고 있고, 정신과 의사들은 중증을 다루는 대형병원이 아닌 각자 개원의 길로 이탈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중증 정신질환 치료는 격리병상이 필요하고, 환자 관리가 더욱 세심해야 하는데 그에 비해 수가 등 인프라는 열악하기 때문에 점점 소멸해가고 있고요.

필수의료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반드시 필요한 분야이지만,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로 인해 공백이 발생하는 의료영역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필수의료를 살려내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국민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는 뜻이에요. 언론에서 보도된 한 예를 들어볼게요.

18년째 조현병을 앓고 있는 30대 딸을 돌보고 있는 60대 어머니가 딸이 갑자기 이웃을 해칠 것처럼 행동하자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갔지만 집에서 45km 떨어진 병원에서도 빈 병상이 없어 거절당했습니다. 107km 거리에 있는 국립병원도 의료진이 없어 거절당하고 133km 떨어진 병원에서 조차도 병상이 없어 거절당해 결국 260km를 표류한 끝에 어느 곳에서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온 사례가 있어요.

이 사례는 자타해 위협이 있는 순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하지만 현재 중증 정신의료체계가 그렇지 못하다는 반증입니다. 누구든 적절한 시기에 편견과 차별 없이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함에도 말이죠. 조기 발견, 조기치료, 적정한 외래와 입원치료, 재활과 사회복귀까지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 구멍이 없도록 의료체계를 정비하고 충분한 의료인력을 양성하며 치료병원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는 일입니다.

신 의원은 특히 현재 우리나라 중증 정신질환 의료체계에 큰 구멍이 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의료체계 시스템 구성 및 원활한 작동없이는 단편적 제도로만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신 의원은 특히 현재 우리나라 중증 정신질환 의료체계에 큰 구멍이 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의료체계 시스템 구성 및 원활한 작동없이는 단편적 제도로만은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법입원제 도입, 구체적 대책 및 계획마련을 전제로

- 얼마 전 배현진 의원 피습사건과 관련해서 사법입원제 이슈가 다시 제기되었습니다. 의원님은 이 제도를 찬성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제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우려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또 법원이 입원여부를 판단하려면 일정 절차가 필요하고 상당한 시간도 필요하게 되는데, 당장 치료가 급한 환자에게 효율적인 제도인가 하는 의문도 있습니다. 의원님 의견이 궁금합니다.

저는 사법입원제를 적극 찬성하는 입장은 아닙니다. 2019년 진주 아파트 방화 흉기난동 살인사건,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등 여러 비극적인 사건이 연달아 있었고, 일부 가해자의 정신질환 병력이 알려지며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더욱 강화될까 우려스럽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현재 사법입원제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고 이러한 논의가 계속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환자의 인권 보호 문제와 더불어 의료계·법조계의 전문성 있는 인력과 시스템이 아직은 갖춰지지 않았기에 많은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사법입원제를 실현하려면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신속하게 심리할 수 있는 인력과 자원이 사법기관과 의료계에 갖춰질 수 있도록 전문성 강화 기전을 비롯한 구체적인 대책과 계획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원 취지가 충분히 현실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인권 존중에 대한 보완책도 세심하게 논의되어야 하겠지요. 이 과정에서 환자단체, 가족단체 등 당사자들과의 소통과 의견청취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 중증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항상 빠지지 않는 논란 중 하나가 환자의 인권 문제입니다. 일각에서는 강제력을 동원해 입원, 치료를 해야한다는 주장이 ‘혐오’가 아니냐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환자의 인권과 시민보호가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의원님 의견은 어떻습니까.

강력범죄 사건의 일부 가해자의 정신병력이 알려지며, 범죄 그 자체보다는 정신질환자를 격리해야한다는 주장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중증 정신질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고, 환자와 보호자를 비난만 한다면 나아지는 것은 없어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부정적인 사회적 편견 속에 갇혀 치료를 꺼리고 고립되고, 보호자와 함께 고통 받아왔습니다.

정신질환 여부에만 관심을 갖기보다, 왜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는지에 대해 하나하나 짚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 환자들이 적기에 치료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병세가 악화되도록 만드는 것이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일은 아닐 것입니다. 정신질환 중에는 스스로 자신의 병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하니까요. 환자의 자발적인 의지에만 기대는 것은 어찌보면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에요.

환자를 보호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충분히 본인의 의사가 고려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무조건 입원하고 격리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죠. 반드시 격리하여 입원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있고, 지역사회에서 꾸준히 외래치료가 적합한 환자가 있으니까요. 이러한 환자들이 초기부터 꾸준히 치료를 받으며 관리되는 시스템이 중요합니다. 일부 범죄자가 정신질환 병력이 있다는 이유로 정신질환자는 무조건적으로 사회에서 격리해야된다는 인식과 주장은 적절치 않습니다.

신 의원은 정신질환자 관련  몇 몇 사건으로 인해 이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강화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국가적으로 의료체계를 강화한다 해도 사회에 이런 편견이 쌓이면 효과를 보지 못하고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신 의원은 정신질환자 관련  몇 몇 사건으로 인해 이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강화될 수 있다며 우려했다. 국가적으로 의료체계를 강화한다 해도 사회에 이런 편견이 쌓이면 효과를 보지 못하고 더 큰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정신질환자 편견 해소 없이는 의료체계강화 탄력받지 못해

- 사법입원제 외에 중증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사회복귀, 국민정신건강을 위한 국회 입법 상황은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현재 ‘말산업육성법’상 말조련사, 장제사, 재활승마지도사 등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적으로 자격취득이나 취업을 원천 제한하는 법은 40여개에 육박합니다. 2018년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러한 법・제도는 정신질환자들이 잠재적 위험성이 있고 무능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정신질환 역시 신체질환과 마찬가지로 치료 가능하거나 치료과정에 있어 업무적합성과 위험성 여부는 질환의 경중과 치료경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에도 검증 절차 없이 법률로 배제하는 것을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고요.

인권위는 헌법이 보장하는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 유엔 장애인 권리협약을 위배했다고 판단하여 법률상 정신장애인 자격・면허 취득 제한 제도 개선을 권고했지만 여전히 개선되지는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새로 제정되는 법안에 이와 같은 차별적 규정이 그대로 법제화되고 있는 실정이에요.

정신건강 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국가의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정신질환자의 자격취득・취업제한 관련 법・제도 점검 및 개선’까지도 포함하도록 하고, 5년마다 실태조사를 하도록 하는 법안을 2023년에 발의했습니다. ‘정신질환자 업무수행 여부 판정위원회’를 신설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법조인・정신질환 관련 활동 단체 추천인・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위원들이 정신질환자의 자격취득 적합 여부 등에 대해 심사하도록 했고요.

정신질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취업을 제한받게 되면, 정신과 진료를 더욱 꺼리게 될 것이고, 이는 정신질환의 악화와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져 더 큰 사회적 비용을 낳게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정신질환의 조기발견, 적정한 외래 및 입원치료, 재활회복과 사회복귀까지 이르는 정신건강 체계의 정비와 더불어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으로 인한 무조건적인 배제의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에요. 무엇보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의료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탄력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죠. 정신과의 문턱을 낮추고, 감기에 걸리면 병원에 가듯 마음이 힘들면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사회로 가야합니다.

21대 국회를 마무리하면서 신 의원은 보건의료 전문가 비례대표로서 본연의 역할을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완수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했다.  마지막까지 국민의 삶과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신 의원의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21대 국회를 마무리하면서 신 의원은 보건의료 전문가 비례대표로서 본연의 역할을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완수하는 것이 사명이라고 했다.  마지막까지 국민의 삶과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신 의원의 향후 행보도 주목된다.

 

- 21대 국회를 마무리하면서 드는 소감이 있으실 텐데요, 앞으로 계획과 함께 들려주시죠.

보건의료 전문가로서 비례대표 1번으로 당선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코로나 위기 극복부터 필수의료 붕괴현상 대책까지 환자와 의료인이 모두 행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매순간 노력해왔어요. 분만 의료사고 국가보상제,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법 등 필수의료 지원에 필요한 법안들을 통과시키기도 해 보람도 있었습니다.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만큼, 보건의료 전문가 비례대표로서 본연의 역할을 마지막까지 성실하게 완수하는 것이 제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보건의료 전문가로서의 DNA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기에 국민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우리 사회 소외된 부분들을 구석구석 살피면서 희망을 만드는 의정활동을 통해 대한민국이 조금 더 따뜻한 복지국가가 될 수 있도록 헌신하고 싶습니다. 의료현장에서 환자를 마주하던 의사일 때나, 국회에서 입법정책을 다루는 국회의원일 때나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마음은 늘 한결같습니다. 임기 마지막 날까지 국민의 삶과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의정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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